일을 맡겼다고 그 일이 '팀원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위임(delegation)과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조금 다르게 본다. 쉽게 말하면,
위임은 일을 맡기는 것이고, 임파워먼트는 그 일을 ‘내 일’처럼 판단하며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팀장이 김 대리에게 말한다.
“앞으로 고객 클레임은 김 대리가 담당하세요.”
업무는 넘어갔다.
그런데 김 대리가 고객에게 전화할 때마다 묻는다.
“팀장님, 제가 먼저 전화해도 될까요?” “이 정도까지 보상해도 될까요?”
일은 김 대리에게 넘어갔지만 판단은 여전히 팀장에게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을 위임했다고 사람이 자동으로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조직심리학자 Gretchen Spreitzer가 제시한 심리적 임파워먼트 연구는 이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이 자신의 일을 주도적으로 받아들이려면 네 가지 감각이 중요하다.
첫째,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가?
바로 의미(Meaning)다.
사람은 똑같은 일도 왜 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인다.
“팀장이 시켜서 클레임을 처리한다”고 생각하면 귀찮은 추가 업무가 된다.
하지만
“내가 맡은 고객이 우리 회사를 계속 신뢰하게 만드는 일이다.”
라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시키니까 하는 사람’에서 ‘목적을 알고 움직이는 사람’으로 바뀐다.
둘째, 내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유능감(Competence)이다.
팀장이 “앞으로 클레임은 알아서 처리하세요.”
라고 말한다고 해서 팀원이 바로 알아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 사과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보상할 수 있는지, 어떤 경우에는 팀장에게 보고해야 하는지조차 모른다면 팀원 입장에서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물어보는 것이 안전하다.
사람은 자신 없는 일에 주도적으로 뛰어들기 어렵다.
그래서 일을 맡기기 전에 최소한의 기준과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이 정도는 내가 처리할 수 있다.”
라는 감각이 생겨야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셋째, 어떻게 할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가?
자기결정성(Self-determination)이다.
팀장이 일을 맡겼는데 언제 전화할지, 무슨 말을 할지, 어떤 순서로 처리할지까지 전부 팀장이 결정한다면 어떨까?
그건 일을 맡긴 것이지 판단을 맡긴 것은 아니다.
팀원에게도 일정한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이 범위 안에서는 네가 판단해서 처리해도 된다.”
이 한마디가 중요하다.
사람은 자신이 결정한 일일수록 그 결과도 자신의 일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넷째, 내가 한 일이 실제 결과를 바꾸는가?
마지막은 영향력(Impact)이다.
팀원이 클레임을 처리하다 조금 늦어지면 팀장이 답답해서 바로 대신 처리한다고 해보자.
처음에는 팀원이 미안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일이 반복되면 다른 것을 학습한다.
“내가 안 해도 결국 팀장이 한다.”
그 순간 그 일은 다시 팀장의 일이 된다.
반대로 자신이 고객에게 연락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 고객 불만이 사라지는 경험을 반복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내 판단과 행동이 결과를 바꾼다.” 라는 감각이 생긴다.
결국 팀원에게 일을 맡겼다고 해서 그 일이 자동으로 팀원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 네 가지가 갖춰질 때 사람은 비로소
‘팀장님이 시킨 일’을 ‘내가 책임질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