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부장을 가장 힘든게 한 것은 뭘까?
박부장이 느낀 감정을 정확히 짚어보자. 분노가 아니다. 억울함도 아니다. 자책이다.
사실 박부장을 가장 힘들게 한 사람은 이차장이 아니다.
'내가 사람을 보는 눈이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라고 믿기 시작한 박부장 자신이다.
심리학의 사회교환이론(Social Exchange Theory)은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 본능적으로 장부를 쓴다고 설명한다.
내가 준 것, 내가 받은 것, 내가 참은 것, 내가 기대한 것.
이 장부가 균형을 이룰 때 관계는 유지되고, 불균형이 오랫동안 쌓이면 감정이 터진다.
감정이 터지는 순간, 사람은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로 간다.
반응 A — 분노: "저 사람이 나쁜 거야." 화가 밖으로 향한다. 관계는 깨지지만, 자존감은 지켜진다.
반응 B — 자책: "내가 사람을 잘못 봤어." 화가 안으로 향한다. 자괴감이 쌓인다.
반응 A가 더 건강하다.
화는 밖으로 소진되고 정리된다. 하지만 자책은 안으로만 쌓이며 빠져나갈 출구가 없다. 박부장은 B를 선택해서 힘든 것이다.
그렇다면 박부장은 왜 반응 B로 갔을까? 이 지점이 핵심이다.
신입은 사람에게 많은 것을 걸지 않는다. 하지만 오래된 직장인들은 다르다.
후배를 키웠고, 기회를 줬고, 추천했고, 관계에 시간을 투자했다.
그 투자의 기억이 "저 사람이 나쁘다"는 결론을 허락하지 않는다.
상대를 나쁘다고 인정하는 순간, 그 관계에 쏟은 자신의 판단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살은 상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향한다.
직장에서 가장 깊이 상처받는 순간은 배신이 아니다.
그 사건 때문에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