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몇 번 읽으세요?
"책을 몇 번 읽으세요? "라고 물어보면 듣는 사람은 잘 못 물어본 줄 안다.
"저기.. 몇 권 읽으냐고 물으신 건가요? "
"아뇨.. 한 권의 책을 보통 몇 번 읽으시냐고요?"
그럼 좀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듯 나를 본다.
나는 많은 책을 읽지 않는다.
가끔 SNS에 올라오는 독서 많이 하시는 분들의 글을 보면 1년에 거의 100권씩 가까이 읽어대는 분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고 부럽지만 나는 나 자신이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 대신 남들과 좀 다른 차별점이 있다.
그것은 좋아하는 책을 여러 번 읽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책꽂이에는 한 번도 안 읽은 책은 많지만 한번만 읽은 책은 거의 없다.
처음 읽을 때와 두 번째 읽을 때의 인터벌이 예전에는 좀 길었는데 요즘에는 마음에 들면 한번 다 읽고 나서 다시 또 읽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기억력도 점점 떨어지고, 읽은 책의 수준도 높지 않고, 익숙함이 편할 나이가 되어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책을 처음 읽었을 때보다는 두 번, 세 번째 읽을 때의 그 맛이 참 좋다.
여러 번 읽을 때는 분명히 다 안다고 생각했음에도 처음 보는 부분을 발견한다.
어떤 책은 네 번째 읽으면서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그 문장이 그 책에 있었음을 알게 된 적도 있다.
그때의 쾌감은 무슨 작년에 옷장 깊숙이 집어넣었다가 1년 만에 꺼낸 봄 점퍼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은 5만원짜리 두장을 발견할 때 보다 더 짜릿하다.
여러 번 책을 읽으면 그럼 뭐가 좋은가?
첫째, 급하지 않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아무래도 이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온다. 그래서 내용을 파악하고 즐기는 것보다는 한 권을 다 읽어내야 한다는 숙제를 하는 기분이 커져서 자꾸 얼마나 읽었는가를 체크하고 얼마 남았는가를 확인한다.
중요한 문장에 밑줄을 긋기는 하는데 사실 읽었다는 흔적을 남기려는 탓이 크다.
다 읽으면 기분은 좋지만 뭐가 남았는가를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이 크다. |